“그들이 겟세마네라 하는 곳에 이르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내가 기도할 동안에 너희는 여기 앉아 있으라 하시고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데리고 가실새 심히 놀라시며 슬퍼하사 말씀하시되 내 마음이 심히 고민하여 죽게 되었으니 너희는 여기 머물러 깨어 있으라 하시고 조금 나아가사 땅에 엎드리어 될 수 있는 대로 이때가 자기에게서 지나가기를 구하여 이르시되 아빠 아버지여 아버지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오니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하시고”(막14:32-36)
목요일 늦은 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데리고 겟세마네 동산에 오르셨습니다. 제자들 중 세 명을 따로 데리고 더 들어가셨습니다. 그들에게 내놓기 어려운 마음의 고통을 털어놓으셨습니다. “너무 슬프다. 고민하여 죽을 지경이다.” 탄식하셨습니다. 시험에 들지 말라고 부탁하셨습니다. 죽음의 잔을 마셔야 할 때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잔이 지나가게 해달라고 세 번이나 기도했습니다. 성경에서 유일하게 하나님의 뜻과 다른 자신의 내면의 갈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시는 장면입니다. 물론 궁극적으로 예수님께서는 하나님의 뜻에 자신을 굴복시키셨습니다. 그러나 이 대목은 하나님의 뜻과 내 뜻이 충돌하는 갈등을 겪을 때, 인생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어떻게 하셨습니까?
1. 갈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셨습니다.
갈등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갈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도 없습니다. 갈등만큼 힘든 것도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죽음을 앞두고 겟세마네 동산에서 괴로워하시는 모습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모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과 어긋날 때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위장하지 않았습니다.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곁에서 보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 다 느끼셨습니다. 다 받아들였습니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목석과 같지 않았습니다. 초인(超人)과도 달랐습니다. 슬픔, 고민, 탄식 등, 우리가 살면서 경험하는 격렬한 감정으로 괴로워하셨다는 데서 감사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일종의 유대감, 깊은 관계의 가능성과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소망을 주기 때문입니다.
2. 곁에 있는 사람들과 나누셨습니다.
따지고 보면 제자들의 수준은 정말 형편없었습니다. 말과 행동이 다르고, 겉과 속이 달랐습니다. 마지막 만찬 순간에도 자리다툼을 했습니다. 배짱이 맞지 않는다고 이미 배신의 길로 들어선 유다는 곧 체포단을 데리고 나타날판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제자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나눴습니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보이는 여덟 명은 따로 떼어 두시고 세 명, 베드로, 야고보, 요한에게 자신의 내적 상태를 적나라하게 표현하셨습니다. 이 경험은 후일 베드로가 넘어진 형제들을 붙들어 주는데 중요한 계기를 제공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눅22:32). 아픈 가슴을 함께 나누고 싶어 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보입니까? 우리에게도 이런 교제권이 필요합니다.
3. 간절한 기도를 드리셨습니다.
고통당할 때 사람에게 털어놓는 것 이상이 필요합니다. 문제의 해결자이신 하나님께 말씀드리는 일입니다. 예수님은 모든 아픔을 하나님께 다 내놓으셨습니다. 심한 통곡과 눈물로 간구와 소원을 아뢰었습니다(히5:7). 가장 중요한 결정적인 순간에 있는 힘을 다해 하나님 아버지께 기도했습니다. 예수님의 위대하심이 여기에 있습니다. 예수님의 기도는 종교적인 제의나 모든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체념이 아니었습니다. 넋두리 신세타령도 아닙니다. 끈질긴 하소연과 요청이었습니다. 바로 그 기도를 하나님께서 들으시고 감당할 힘을 주셨습니다. 이런 기도를 드릴 수 있다면 우리도 결국 승리할 것입니다.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것을 하나님은 감당할 힘을 주십니다!
*갈등의 순간을 성장의 기회로 삼으십시오. 갈등이나 충돌이 문제가 아닙니다. 사람은 누구나 예외 없이 다 갈등을 겪습니다. 갈등을 피해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갈등의 종류나 총량을 조절하거나 협상할 수도 없습니다. 일어나는 대로 다 겪으며 살아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갈등 속에서 무너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복 있는 사람, 행복한 사람은 이 갈등을 겪으면서 성장합니다. 하나님의 자녀가 가야 할 길입니다. 주님과 함께 말씀과 함께 세찬 바람이 불더라도 휩쓸리지 말고 오히려 멋지게 날아오르십시오. 아멘,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