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요13:34-35)
오늘은 예수님의 성탄을 기다리는 첫 번째 주일, 대강절 1주입니다. 지난 주 묵상한 요한복음 13장 중에서, 예수님께서 새 계명으로 주신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이 유독 저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처음에는 이 말씀이 아주 부담스러웠습니다. 그간 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실천하자고만 하면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저뿐 아니라 누구라도 사랑하라는 말씀 앞에 서면 그럴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자신감을 잃게 만드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말씀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꼭 그렇게 힘들어 할 것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사랑하는 방법 몇 가지를 아주 구체적으로 제시하신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그 중 세가지를 말씀드립니다.
1. 서로 사랑하라고 하셨습니다
이게 뭐 그리 특별한 말씀이냐 싶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둘 중 하나에만 익숙합니다. 사랑을 받는 사람은 그냥 자꾸 받으려고만 합니다. 줄 줄 모릅니다. 반대로 사랑하는 사람은 받을 줄은 모릅니다. 받는 것을 너무 죄스러워합니다. 그러고 보니 예수님께서는 사랑을 베푸셨을 뿐 아니라 엄청난 사랑을 받기도 하셨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마리아가 향유 나드 옥합을 깨뜨려 부었을 때, 유다의 시비가 있었음에도 다 받으셨습니다(요12:1-8). 예수님은 제자들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잘 알고 계셨습니다. 지금 우리가 얼마나 연약한지를 잘 아십니다. 그래도 사랑하라고 하실 때는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우리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을 할 줄도, 받을 줄도 알아야 합니다.
2. 예수님을 따라 사랑하라고 하셨습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보다는 이미 나 있는 길을 가는 건 쉽습니다. 예수님께서 서로 사랑하는 일에 먼저 길이 되셨습니다. 예수님을 따라가기만 하면 됩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요한복음 13장을 보면 그 모범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제자들을 끝까지 사랑하신 것입니다(1절). 먼저 섬기셨습니다! 1)제자들에게 저녁 식탁을 마련해주셨습니다. 2)스승으로서 먼저 제자들의 발을 닦아 주셨습니다. 3)배신자라 할지라도 마지막까지 돌아설 기회를 주시면서 수치심을 건드리지 않으셨습니다.
3. 사람들이 결국은 알게 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스스로 사람들의 무지막지한 적대감의 희생자가 되셨습니다. 사람들에게 다가가면 갈수록 사람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습니다. 요한복음에서 얼마나 사람들에게 자신을 납득시키려고 애를 쓰셨는지는 예수님의 반복하신 자기소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나는 생명의 떡이다(6:48). 세상의 빛이다(8:12). 양의 문이다(10:9). 선한 목자다(10:11). 부활이요 생명이다(11:25). 길, 진리, 생명이다(14:6). 포도나무다(15:1). 과장하여 말하면 있는 유비를 다 끌어와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리려고 애를 쓰셨습니다. 하지만 부분적인 성공을 거두셨을 뿐입니다. 공생애를 마무리하시면서 제자들에게 일러주시는 말씀의 울림이 너무나 큽니다. 사람들이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상관없이 너희들은 나의 길을 가야 할 것이다. 그러다보면 사람들이 이렇게 말할 때가 올 것이다. 이 사람들이야말로 하나님의 길을 갔던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이로구나. 욕심부릴 것 없이 그저 사랑하다 보면 세상이 알게 될 날이 올 것이라는 말씀을 붙잡아야 합니다.
*이번 성탄절에 '5km 사랑’을 실천합시다(마5:41) 교우 여러분, 우리 주변 5km(10리) 안에 있는 이웃들을 예수님의 눈으로 살펴주십시오. 1)갑자기 어려움을 당한 사람. 2)조손(祖孫) 가정. 3)외롭게 지내는 사람. 4)관심에 목마른 사람. 5)재정적인 곤핍에 떨어진 사람... 이런 이들을 찾아봅시다. 이들을 마음에 담으십시오. 섬세하게 접촉하십시오. 따듯하고 겸손하게 있는 것을 나누십시오. 우리 온 교우들이 함께 지/구역단위로 사랑을 실천하고자 합니다. 이번 대강절에 우리가 할 일입니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