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 창세기 15:1-5 1 이 후에 여호와의 말씀이 환상 중에 아브람에게 임하여 이르시되 아브람아 두려워하지 말라 나는 네 방패요 너의 지극히 큰 상급이니라 2 아브람이 이르되 주 여호와여 무엇을 내게 주시려 하나이까 나는 자식이 없사오니 나의 상속자는 이 다메섹 사람 엘리에셀이니이다 3 아브람이 또 이르되 주께서 내게 씨를 주지 아니하셨으니 내 집에서 길린 자가 내 상속자가 될 것이니이다 4 여호와의 말씀이 그에게 임하여 이르시되 그 사람이 네 상속자가 아니라 네 몸에서 날 자가 네 상속자가 되리라 하시고 5 그를 이끌고 밖으로 나가 이르시되 하늘을 우러러 뭇별을 셀 수 있나 보라 또 그에게 이르시되 네 자손이 이와 같으리라
한바탕 전쟁의 소용돌이가 가나안 땅을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아브람이 사로잡혀 간 조카 롯과 그 가족을 구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뛰어들었던 전쟁은 위대한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개선하는 아브람 군대를 환영하는 파티가 왕의 골짜기에서 열렸습니다. 멜기세덱의 환대에 감동했고 비굴했던 소돔 왕의 오만함에는 정면으로 돌파했습니다. 지금은 그들도 다 자기 자리로 돌아가고 주변에서 도와주었던 동맹군들도 복귀하였습니다. 조카 롯도 다시 제 곳 소돔으로 돌아갔습니다. 아브람도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브람이 장막 안에서 혼자 밤을 지내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 환상 중에 찾아오셨습니다. 이름을 부르며 말씀하셨습니다. ‘아브람아! 두려워하지 말아라. 내가 네 방패요 너의 지극히 큰 상급이란다.’ 사실 그때 아브람은 영적으로 깊고 어두운 밤을 지내고 있었습니다.
1. 큰일을 치르고 난 후 허무함에 잠길 때
아브람이 겪은 전쟁은 성경에 나오는 최초의 중동전쟁입니다. 엘람 왕 그돌라오멜의 연합군과 소돔왕의 연합군이 싯딤 골짜기에서 부딪쳤습니다. 소돔과 고모라 연합군의 일방적인 패배로 끝이 났습니다. 그 와중에 조카 롯이 포로로 잡혀갔다는 소식을 아브람이 들었습니다. 즉시 가병(家兵) 318명을 이끌고 전쟁에 뛰어들었습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같은 형국입니다. 하지만 아브람은 그 싸움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뒀습니다. 잃어버린 롯과 가족들과 재산을 다 찾아왔습니다. 벅차고 위용 넘치는 개선식이 다 끝난 후 일상으로 돌아온 아브람은 깊은 허무에 잠겼습니다. 특히 밤이 오면 더 그랬습니다. 이상하게도 사람은 좋은 일보다 안 좋은 일을 잊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느낄 때가 더 많습니다. 멜기세덱의 환대보다 아브람의 승리를 가로채는 듯한 소돔 왕의 오만함이 더 마음에 걸렸고, 구해놓았더니 다시 소돔으로 돌아가버린 롯의 일행에 대한 아쉬움이 컸습니다. 큰일 뒤에 찾아오는 일종의 허무병을 앓고 있는 아브람을 하나님께서 찾아오신 것입니다. 이름을 부르십니다. ‘아브람아! 내가 너의 상급이란다.’
2. 혼자 당할지도 모를 복수가 두려울 때
하나님께서 아브람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아브람이 뭘 두려워하고 있었을까요? 뒤이어 하신 말씀을 보면 어느 정도 짐작을 할 수 있습니다. ‘내가 너의 방패다 I am your shield’ 아브람은 전쟁의 끝에서 복수를 두려워하고 있었던 겁니다. 자기가 한 것과 같이 원수들이 쳐들어오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검은 구름처럼 아브람의 마음을 뒤덮었습니다.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당시 일어났던 그런 복수전이야말로 잔인하기 짝이 없는 비극과 참상으로 결말이 났습니다. 그럴 때 가장 필요한 것은 함께 목숨을 걸 가족들입니다. 자식들만큼 든든한 군사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 끝내 자식을 낳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서 다메섹 사람 종 엘리에셀을 상속자로 마음에 두었습니다. 아브람이 할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였습니다. 엄습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히자 아브람은 마치 망망대해에 홀로 있는 듯한 외로움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 밤에 하나님께서 아브람을 찾아오십니다. ‘아들아, 내가 너의 방패란다. 내가 너의 보호자야. 겁먹지 말아라. 내가 너의 후원자란다.’
3. 하나님과의 깊은 친밀감을 잃었을 때
하나님께 대꾸하는 아브람의 말을 들어보면 하나님께 토라진 심정을 알 수 있습니다. 서운함이 깊이 사무쳤습니다. ‘주님, 저에게 뭘 주시려고 그러십니까. 저는 자식이 없습니다. 종 엘리에셀이 상속자가 될 판입니다.’ 하나님은 그런 아브람을 나무라지 않으시고 밖으로 이끌어 내셨습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의 별들을 보게 하셨습니다. ‘셀 수 있다면 세어보아라. 네 자손이 이와 같을 것이다.’ 약속하셨습니다. 어렵고 힘들 때 혼자 방에 틀어박혀 지내는 것만큼 위험한 일이 없습니다. 밖으로 나가야 삽니다. 들로 산으로, 하나님께서 지으신 자연만물을 깊이 대면할 수 있는 자리로 가십시오. 호흡을 깊고 크게 활짝 가슴을 열어 하십시오. 눈을 들어 하늘을 보십시오. 눈을 들어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을 보십시오. 바다와 강물을 바라보십시오.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음성이 들리지 않습니까?
*그래도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삽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올려다 본 밤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그때 다시 아브람의 마음이 하나님을 향한 믿음으로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을 다시 한 번 새롭게 신뢰하며 따르기로 작정했습니다. 이 믿음을 하나님께서 받으셨습니다! ‘아브람이 여호와를 믿으니 여호와께서 이를 그의 의로 여기시고’(창15:6) 또 다른 차원으로 아브람을 이끌어가셨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깊은 영혼의 어두운 밤이 찾아오더라도, 오직 믿음으로 살면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이런 은혜를 부어주시려고 오늘 우리를 부르셨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