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릴레이
한걸음 한걸음 충만하게...
곽노욱 | 2023-02-19
창세기 42:33-38
33 그 땅의 주인인 그 사람이 우리에게 이르되 내가 이같이 하여 너희가 확실한 자들임을 알리니 너희 형제 중의 하나를 내게 두고 양식을 가지고 가서 너희 집안의 굶주림을 구하고
34 너희 막내 아우를 내게로 데려 오라 그러면 너희가 정탐꾼이 아니요 확실한 자들임을 내가 알고 너희 형제를 너희에게 돌리리니 너희가 이 나라에서 무역하리라 하더이다 하고
35 각기 자루를 쏟고 본즉 각 사람의 돈뭉치가 그 자루 속에 있는지라 그들과 그들의 아버지가 돈뭉치를 보고 다 두려워하더니
36 그들의 아버지 야곱이 그들에게 이르되 너희가 나에게 내 자식들을 잃게 하도다 요셉도 없어졌고 시므온도 없어졌거늘 베냐민을 또 빼앗아 가고자 하니 이는 다 나를 해롭게 함이로다
37 르우벤이 그의 아버지에게 말하여 이르되 내가 그를 아버지께로 데리고 오지 아니하거든 내 두 아들을 죽이소서 그를 내 손에 맡기소서 내가 그를 아버지께로 데리고 돌아오리이다
38 야곱이 이르되 내 아들은 너희와 함께 내려가지 못하리니 그의 형은 죽고 그만 남았음이라 만일 너희가 가는 길에서 재난이 그에게 미치면 너희가 내 흰 머리를 슬퍼하며 스올로 내려가게 함이 되리라
1. 말씀의 현장
애굽에서 돌아온 9형제의 이야기가 아버지 야곱과 함께 밤새는 줄 모르고 이어진다. '그랬더니 그 나라의 높으신 분이 우리에게 이르기를 어디 너희가 정말 정직한 사람들인지 내가 한번 알아보겠다. 너희 형제 가운데서 한 사람은 여기에 나와 함께 남아 있고 나머지는 너희 집안 식구들이 굶지 않도록 곡식을 가지고 돌아가거라. 그리고 너희의 막내 아우를 나에게로 데리고 오너라. 그래야만 너희가 정탐꾼이 아니고 정직한 사람이라는 것을 내가 알 수 있겠다. 그런 다음에 내가 여기 잡아둔 너희 형제를 풀어 주고 너희가 이 나라에 드나들면서 장사를 할 수 있게 하겠다 하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자루에 그 돈뭉치가 그대로 들어 있는 것을 보여 주었다. 아버지는 돈뭉치를 보고서 아들들에게 말하였다. '너희가 나의 아이들을 다 빼앗아 가는구나. 요셉을 잃었고 시므온도 잃었다. 그런데 이제 너희는 베냐민마저 빼앗아 가겠다는 거냐? 하나같이 다 나를 괴롭힐 뿐이로구나' 르우벤이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제가 베냐민을 다시 아버지께로 데리고 오지 못한다면 저의 두 아들을 죽이셔도 좋습니다. 막내를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제가 반드시 아버지께로 다시 데리고 오겠습니다' 야곱이 말하였다. '막내를 너희와 함께 그리로 보낼 수는 없다. 그의 형은 죽고 그 아이만 홀로 남았는데 그 아이가 너희와 같이 갔다가 또 무슨 변을 당하기라도 하면 어찌하겠느냐? 너희는 백발로 늙은 아버지가 슬퍼하며 죽어서 땅으로 묻히는 꼴을 보겠다는 것이냐?'
2. 나의 반응
야곱의 반응이 눈물겹다. 죽을 고비를 넘기며 살아 돌아온 여러 자식들의 고생은 안중에도 없다. 오직 하나님은 베냐민에 대한 애타는 마음으로 다른 자식들의 현실 보고가 고깝고 노여울 뿐이다. 많은 자식들에 대한 부모의 마음이 어느 한쪽의 자식들에게 치우치면 그걸 감내해야 하는 다른 한 편의 자식은 힘들고 서러운 법이다. 내 아내가 그러했다. 줄줄이 이어진 동생들의 학업으로 굶고 허기진 날들이 많았지만 그것을 내색 않고 집안의 대소사를 도맡아 치러내며 세월을 보내고 동생들도 결혼을 시키게 되었다. 그 후 명절이면 어쩌다 고향집에 내려온 동생들의 용돈에 두 분의 기쁨은 배가 되어 여러 날 동안 자랑이 떠나질 않았다. 매달 드리는 큰 며느리의 생활비는 당연한 것이었고, 동생들의 용돈은 특별한 것이었나 보다.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에 가서 곡식을 얻어 돌아온 다른 9형제의 아찔했던 이야기들을 야곱은 왜 비껴 들으며 자신의 서러움을 자식들에게 막말로 퍼부었을까?
3. 아버지의 마음
많은 세월이 흘러 그때의 힘들었던 이야기들을 이제는 담담히 풀어놓을 수 있구나. 사랑하는 아들아, 동생들의 졸업식날이 되면 곱게 한복 차려입고 덩실덩실 춤을 추던 너의 부모가 생각나지? '네 맞습니다 아버지.' 학교의 상장이란 상장은 모조리 휩쓸었다며 환하게 웃던 너의 부모님을 바라보면서 네 생각은 어땠었느냐? '저는 기뻤습니다. 그러면 네 아내의 얼굴은 어떻던?' 그것이 지금 사선을 넘어 식량을 구해온 9형제의 심정이란다.
4. 주님과 동행하기
그렇네요 주님, 저야 제 피붙이들의 학업이니 겪는 고생도 기쁨으로 감내할 수 있었지만 제 아내의 입장에선 퇴직금까지 가불해서 등록금으로 집어넣고 웃을 일만은 아니었겠네요. 그러고도 제 잘난 맛에 큰소리를 치며 살아왔던 저를 돌아보며 후회합니다. 어느덧 황혼인 저희들 삶의 시선을 덧없고 미련 없는 이 땅에 두지 않고 하늘의 영원한 생명으로 향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아버지의 나라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야곱같이 자책하며 후회하는 우리의 남은 인생이 아니라 기쁨으로 충만한 우리들의 한걸음 한걸음이 되게 하옵소서. 기도하는 새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