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다니엘 2-3장을 여러분들과 함께 묵상하였습니다. 남 유다 왕국에서 태어난 다니엘과 세 친구들이 어렸을 때 바벨론의 침공을 받아 포로로 잡혀왔습니다. 학대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3년간 바빌론 왕으로부터 특별대우를 받아 선진 학문과 언어, 지식을 두루 섭렵할 수 있었습니다. 이 정도의 특혜를 입고 나면 어지간한 나라 사람들은 이내 바벨론 제국의 문화와 종교에 동화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달랐습니다. 다니엘은 여전히 하나님과의 깊은 소통과 친밀함을 잃지 않았습니다. 세 친구들은 풀무불에 던져지는 기가 막힌 상황 속에서도 결코 우상 앞에 절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주간 내내 이들의 믿음에 깊이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영웅적인 신앙 스토리를 접하면 접할수록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들과 견주어 볼 때 그런 믿음이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상하게도 그들의 믿음이 영웅적이면 영웅적일수록 더 초라해졌습니다. 그들이 겪은 것에 비하면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데……. 그들의 믿음을 반만이라도 닮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그 간절함이 기도가 되었습니다. 주여, 믿음을 주옵소서! 불편함이 기도가 되자 놀랍게도 마음이 평안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1. 믿음에 따라 환경이 다르게 보입니다
다니엘은 왕이 무슨 꿈을 꾸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무지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는지 몰라서 그럽니다. 이렇게 변명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하지만 그에게는 무지(無知)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세 친구들 역시 풀무불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믿음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믿음만 있으면 왕, 무지, 풀무도 두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믿음이 없으면 사소한 것 하나도 불안하고 두려워하게 됩니다. 전염병의 공포가 온 누리를 뒤덮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믿음입니다, 믿음!
2. 믿음 없음을 아는 것이 은혜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문제에 부딪칠 때 가장 먼저 믿음을 점검해보아야 합니다. 마가복음 9장에 보면 ‘말 못하게 귀신 들린 아들’을 제자들에게 데리고 온 아버지가 나옵니다. 고침을 받지 못하자 주변 사람들과 합세해서 제자들을 비난했습니다. 변화산에서 내려오신 예수님을 만나 뵙고서야 아들의 문제가 ‘자신에게 믿음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아버지가 예수님께 드린 부탁이 다름 아닌 ‘나의 믿음 없는 것을 도와주소서’입니다(막9:24). 그리고 나서 이내 아들이 고침을 받습니다. 드디어 남을 탓하거나 싸움질 하는 것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믿음을 가졌던 것입니다. 믿음 없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야 말로 참 믿음을 가지는 첫 단계입니다. 주여, 우리에게 믿음을 주옵소서.
3. 믿음은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너희가 그 은혜를 인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었나니 이것이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 행위에서 난 것이 아니니 이는 누구든지 자랑하지 못하게 함이라.”(엡2:8) 믿음의 출처에 대한 사도 바울의 명쾌한 설명입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유대 청년들이 소유한 믿음은 하나님께서 주신 것입니다. 우리는 그릇입니다. 하나님께서 필요할 때 그릇에 믿음을 담아주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깨끗한 그릇이 되기를 힘써야 할 것입니다.
*주여, 지금 우리에게 믿음을 주옵소서! 신기합니다. 믿음이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믿음의 중요성을 더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난 세월 힘들고 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 하나님께 대한 믿음과 신뢰 하나로 이겨왔다는 사실도 기억났습니다. 오직 연단을 통해 믿음이 자라왔다는 점도 생각났습니다. 과거 뿐 아니라 앞날도,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도 하나님 아버지께서 더 좋게 바꿔주실 것이라는 믿음도 생겼습니다. 믿음 없음을 깨달으면서 오히려 평안을 누렸던 색다른 경험을 통하여 받은 은혜입니다. 주여, 우리에게 믿음을 주옵소서! 아멘.